2025년 8월의 어느 날, 국립서울현충원의 전나무 길이 깊은 적막을 머금은 채 열렸다. 잎새 사이로 스며든 바람까지 잠시 멈춘 듯한 그 길로, 검은색 제네시스 G90 의전 차량들이 일렬로 천천히 진입했다. 헤드램프의 빛이 낮게 드리워지자 도열한 의장병들이 하얀 장갑을 든 손을 올리며 묵묵히 예를 갖췄다. 문양목·임창모·김재은·김기주·한응규·김덕윤 지사. 여섯 분을 맞이하는 유해 봉환식이다. 머나먼 이국에서 생을 마친 이들이 마침내 고국으로 돌아온 날. 특히 문양목 지사는 1905년 조국을 떠난 지 120년 만에야 바라던 고향 땅을 밟게 되었다. 광복 80주년에 선열들이 대한민국의 품으로 돌아오는 이 여정에 현대자동차그룹도 함께하고 있다.
G90 의전부터 유가족 초청까지… 귀환의 의미 확장
광복 직후인 1946년 윤봉길·이봉창·백정기 의사의 유해 귀환으로 시작으로, 독립유공자 유해봉환 사업은 1975년부터 본격 추진돼 왔다. 광복 80주년을 맞은 2025년에는 미국·브라질·캐나다 등지에서 6위의 유해가 추가로 귀환해 지금까지 봉환된 독립유공자는 총 155위에 이르렀다. 이 역사적 흐름을 함께 이어가기 위해 현대자동차그룹은 국가보훈부와 손잡고 독립유공자 유해 봉환과 보훈 문화 확산을 지원하는 새로운 동행을 시작했다.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독립유공자의 보훈을 지원하는 ‘로드 투 리멤버’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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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은 2025년 유해 봉환식부터 제네시스 G90을 의전 차량으로 지원해, 순국선열의 마지막 귀환 길이 보다 엄정하고 품격 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의전차량보다 격식과 상징성이 높아진 만큼, 독립유공자의 위상에 걸맞은 예우를 갖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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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현대차그룹은 유해 봉환식을 계기로 고국을 방문한 유가족을 위해 환영의 시간을 마련했다. 봉환식 이후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으로 초청해, 발전한 대한민국의 산업과 모빌리티 문화를 직접 둘러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양한 전시와 브랜드 콘텐츠, 미디어 아트 프로그램을 통해 유가족들은 선열들의 희생이 오늘의 일상과 기술 발전으로 이어져 있음을 자연스럽게 체감할 수 있었다. 발전한 대한민국의 모습을 직접 경험하며 조국의 변화와 성장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이 배려는, 예우의 방식이 단순한 의전 지원을 넘어 더 넓은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술로 되살릴 10만 장의 기록, 민관 협력의 새로운 모델
독립운동 사료 전산화 지원은 이번 사업의 중요한 축이다. 지금까지 독립유공자 공적을 확인하는 핵심 근거인 독립운동 사료는 대부분 종이 문서나 이미지 파일 형태로 보관돼 왔다. 연구자는 수십 년, 많게는 백 년 가까이 된 원본 이미지를 하나하나 열어 필요한 정보를 찾아야 했고, 일부 자료만 제한적으로 키워드 검색이 가능했다. 원본 훼손 위험 또한 늘 뒤따랐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러한 기록의 한계를 기술로 풀어내고자 한다. 그룹이 보유한 OCR(광학문자인식) 기술을 활용해 국가보훈부가 보유한 독립운동 사료 약 10만 장을 디지털로 전산화하는 작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 기술은 이미지 속 글자를 스캔해 한글뿐 아니라 영어 필기체까지 인식하고, 이름·지명·단체·날짜 등 주요 정보를 구조화된 텍스트로 추출하도록 설계돼 있다. 그 결과 앞으로 연구자는 필요한 사료를 훨씬 빠르게 찾을 수 있고 방대한 자료를 비교·분석하는 업무도 크게 효율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로써 디지털 전환을 통해 오래된 문헌은 훼손 위험 없이 안전하게 보존될 수 있으며, 독립유공자 발굴과 포상·검증 업무 역시 정확성과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정리된 데이터는 학술 연구와 독립운동사 콘텐츠로 확장될 기반이 되어, 기록을 지키는 방식이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동의 장벽 낮추고, 기억의 폭은 넓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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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원을 찾는 시민들이 보다 편안하게 독립유공자를 기릴 수 있도록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동 편의 개선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서울과 대전 국립현충원에 친환경 전기 셔틀버스를 각각 1대씩 기증해 참배객의 이동을 돕는 것이다. 특히 저상 전기버스를 배치해 노약자나 휠체어 이용자 등 교통약자가 묘역을 오가는 과정에서도 불편을 줄이고자 했다. 셔틀 외관에는 독립유공자와 국가보훈의 의미를 알리는 디자인을 적용해, 현충원을 드나드는 길 자체가 자연스러운 기억의 통로가 되도록 준비하고 있다.
임직원 참여 역시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호국보훈의 달에는 18개 그룹사에서 250여 명의 임직원과 가족이 국립서울현충원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묘역 정화와 순국선열 참배, 해설 프로그램 등을 함께하며 보훈의 의미를 나누는 시간을 만들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이번 사업은 유해 봉환식 의전 지원과 독립운동 사료 디지털 전환, 현충원 이동 편의 개선과 임직원 봉사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며 광복 80주년의 의미를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과거의 희생을 오늘의 기술로 잇고 다음 세대의 기억으로 확장하는 새로운 보훈 지원의 이정표, 그것이 바로 현대자동차그룹 Road to Remember가 걸어가는 길이다.